국내에서도 일반 PC에서 범용으로 사용되는 운영체제(OS)를 휴대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휴대폰 성능의 고사양화에 따른 것으로 최근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업계의 요구는 4~5년 전부터 있어 왔으나,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국내 이통사들은 자사 애플리케이션 보호란 명목 하에 범용OS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범용OS 활성화는 곧 이통사 입장에서 자사만의 특화 서비스들을 오픈시키자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휴대폰 성능도 PC의 ‘팬티엄급’에 버금가면서 이통사들 또한 범용OS 도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SKT, 2년전부터 준비=SK텔레콤은 지난 2005년, 단말기에서 제공하는 모든 애플리케이션 즉, 기존 휴대폰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통합한 모바일 플랫폼 ‘티팩(T-PAK)’을 완성시켰다. 제조사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휴대폰 UI를 이통사 플랫폼에 통합하면서 소프트웨어 주도권 확대에 나선 것.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자신의 영역에 도전해오는 SK텔레콤이 달갑지 않을 터. 따라서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UI통합에 반대하며 SK텔레콤 티팩 적용을 유보 중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조사들의 노력은 곧 허물어질 수 밖에 없게 될 전망이다.

모토로라가 티팩을 적용한 단말기를 오는 8월 선보이기 때문. 특히 이 단말기는 리눅스라는 범용OS를 탑재한 국내 최초 휴대폰으로, SK텔레콤에 따르면, 단순히 리눅스를 적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티팩과의 최적화는 물론이고, 기존 범용OS를 탑재한 스마트폰에서는 제공하지 않았던 신규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 제품의 시장 평가에 따라 삼성과 LG의 대응도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국내 이통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SK텔레콤의 플랫폼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이 티팩이고, 티팩을 적용한 단말기는 SK텔레콤이 신규 개발하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을 빠른 시간 내, 최소한의 비용으로 탑재할 수 있어, 삼성과 LG가 이로부터 얼마만큼 버틸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싶다. 

물론, 티팩 자체가 범용OS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나, 이번 ‘티팩+리눅스’ 연동 휴대폰과 같이, 범용OS 기술력을 보유한 제조사와 함께 공동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위력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경우, 리눅스가 범용OS이기는 하나, 티팩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이통사들이 걱정하는 자사 고유 애플리케이션의 ‘무한공유’ 역시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즉, SK텔레콤 정책에 따라 오픈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개방하고, 수익을 보장 받아야 하는 애플리케이션은 보호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업계에서 원하는 범용OS를 도입하면서도 자사 경쟁력 또한 키울 수 있는 ‘일석이조’의 정책이라 할 수 있겠다.

OS만 받아들이고 독자 플랫폼을 가져가는 일본의 NTT도코모와 유사한 정책이라고 보면 된다.

SK텔레콤은 특히 티팩을 통해 ‘해외진출’이라는 야심도 감추지 않고 있다. 범용OS를 통해 자사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면, 글로벌에서 통용되는 것이 범용OS이고, 그렇다면 이익을 줄 수 있는 곳이 바로 해외밖에 없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유럽 및 중국 이통사들과 플랫폼 도입을 위한 협상에 나선 데 이어 유럽진영 이통사들의 표준화 단체인 OMTP와 위피 협력 제휴를 맺는 등 전방위적인 해외진출 공세를 펼치고 있다. 8월 출시되는 모토로라 리눅스폰이 해외수출의 레퍼런스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후발사, 다각도로 검토중=이와 같이 SK텔레콤이 ‘시대흐름’에 순응하면서 대책마련에 적극적인 반면, KTF와 LG텔레콤은 아직도 ‘검토’ 단계에서 멈춰 있는 상태다.

이들 후발사업자들 역시 티팩과 같은 모바일 플랫폼 개발을 검토 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이해득실 계산이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SK텔레콤과 같이 제조사와의 정면대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SK텔레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딜레마 상태에 빠져있는 것.

양사는 우선, 전용 플랫폼 개발보다는 범용OS를 위피와 연동하는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KTF 경우, 지난해부터 솔루션 업체 지오텔과 함께 심비안과 위피를 연동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윈도모바일을 탑재한 단말기도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잡고 있다.

LG텔레콤도 지난해부터 산·학협동 형식으로 리눅스 기반 휴대폰 OS 개발에 한창이다. LG텔레콤은 특히 범용OS를 자체모델인 ‘캔유’에 우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들 후발사업자들은 SK텔레콤과 같이 전용플랫폼이 없어, 범용OS를 탑재한 휴대폰을 출시하더라도 주도권 다툼에서 밀릴 공산이 크다.

따라서 양사 모두 티팩과 같은 전용플랫폼 개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사에 특화된 전용플랫폼을 개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