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진행된 발표에 따르면 미쯔비시 전기는 휴대폰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더 이상 신규 제품을 출시하지 않으며, 현재 판매 중인 ‘D705i’ ‘D705iμ’ ‘D905i’만 마지막까지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의 작년 휴대폰 판매량은 210만대이고, 매출은 1000억엔. 당초 작년에 320만대 판매량을 예상했지만, 110만대나 밑돈 실적이 철수 원인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일본의 산요가 휴대폰 사업부를 교세라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양사 합의 금액은 500억엔.

이번 매각에 따라 교세라는 산요 소속의 휴대폰 사업부 직원 2000명도 함께 넘겨받게 됐으며, 매각절차는 4월 1일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양사 합의로 교세라는 일본내에서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산요 브랜드를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교세라는 휴대폰 사업부 확대를 위해 북미지역에 조만간 판매 법인을 새로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요와 더불어 올 초 모토로라도 자사 휴대폰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매각과 분사를 놓고 현재 고심중이다. 모토로라는 삼성전자와 업계 2위를 놓고 다투는 업체로, 이 회사가 매각된다면 지멘스 이후 휴대폰 업계 최대 인수합병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이보다 조금 더 거슬러올라가면 2006년 필립스가 휴대폰 사업을 완전히 정리한 바 있다. 사업 부문을 차이나일렉트로닉스(China Electronics)에 매각키로 한 것.

차이나일렉트로닉스는 필립스 브랜드의 휴대폰을 제조하고 있던 회사로, 당시 합의에 따라 5년간 세계 시장에서 필립스 브랜드 단말을 판매하는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사업포기 이유=올해 들어 휴대폰 업체들이 줄지어 사업 포기를 선언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휴대폰 시장이 엄중하게 변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빅4’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변했다.

2006년 업계 5위였던 LG전자 휴대폰이 끊임없는 매각설에 시달리다가 작년에 기사회생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모토로라 휴대폰이 바통을 넘겨 받아 작년에 추락한 게 단적인 증거이다.

이와 관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휴대폰 시장이 더 이상 5개 업체 생존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과거처럼 중저가에 치중하는 업체와 중고가에 치중하는 업체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너도나도 중저가 시장만을 노리고 있어, 생존경쟁이 엄중해진 게 이유이다.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조만간 ‘빅4’도 아닌 ‘빅3’만 생존을 담보받을 수 있다는 최악의 전망을 펼치는 이도 있다.

그동안 빅5와 무관하게 활동하던 일본 휴대폰 업체들이 더욱 두드러지게 속속 무너지고 있는 것은 이들이 글로벌 경쟁력에서 밀렸으며, 더불어 자국 시장에서 역시 역량을 쌓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 휴대폰 시장에서는 자국 업체들끼리 경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최소한 자국 업체들 생존은 담보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시장 규모(4000만대~4500만대)는 그리 크게 증가하지 않았는데 최근 삼성전자·팬택 등 국내업체들이 일본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을 뿐 아니라 노키아 등 글로벌 업체들도 서서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어 일본 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노키아 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관건은 지금 거론되고 있는 업체 외 또 다른 휴대폰 제조업체가 희생양이 될 것인가 이것이다. 노키아 삼성전자 소니에릭슨 LG전자 등 빅4의 작년 실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이들은 안정권일 것 같지만 업계 의견은 다르다.

“노키아 외 그 누구도 퇴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한결 같은 전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작년에 영업이익을 기대 이상으로 창출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마진을 많이 남겼다기 보다 영업비용을 아낀 게 결정적”이란 혹평이 있으며, “소니에릭슨 역시 워크맨폰 의존율이 너무 높아 모토로라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 없다”는 우려의 소리를 듣고 있다는 게 퇴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이다.

그나마 노키아를 안정권에 두는 이유는 120달러 정도의 평균 판가를 기록하면서도 영업이익률 20%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향후에도 지금과 같은 위치를 유지하려면, 수익성 높은 모델 발굴과 노키아 같은 사업 구조를 가져야 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