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동통신 시장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입자인증모듈(USIM) 잠금장치(Rock) 해제와 관련, SK텔레콤과 KTF의 입장차이가 뚜렷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KTF가 USIM록 해제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SK텔레콤은 ‘요지부동’인 상황이어서 KTF의 USIM록 해제 노력이 얼마만큼의 실효성을 얻게 될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임시국회에서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의 ‘검토설’로 촉발된 USIM 록 해제 이슈는, 특히 이날 노 장관이 단말기간은 물론, 사업자간 USIM록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발언하면서 이통사들 입장에서는 향후 추이에 촉각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동일 사업자내에서 단말기만 이동이 가능한 것과 달리, 사업자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현재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입자 전환(Churn)과 동일한 상황이 연출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USIM 록이 해제됐을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누가 유리하고 불리한지 이해득실에 따라 입장차이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

USIM 록 해제를 통해 소비자들이 활발하게 단말기 또는 사업자간 이동할 경우, 2G 시장에서 기득권을 쥐고 있는 SK텔레콤 보다는 가입자가 적은 KTF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으로 분석되기 때문.

KTF가 3G활성화를 통해 주도권을 쥐겠다는 야심이 큰 반면, 내심 2G시장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SK텔레콤 입장이고 보면, USIM록 해제에 대한 양사 입장은 명확해진다는 분석이다. USIM록이 해제될 경우, 3G 활성화 시기 또한 대폭 앞당겨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KTF “소비자 편익 최우선”=KTF는 USIM 록 해제를 우선 단말기에 한해 도입할 예정이다. 자사 고객들에게 USIM만으로도 단말기 선택권을 보장, 이동성을 허용하겠다는 방침. 시행 시기는 시스템 구축과 정통부의 정책발표와도 맞물려 있어 아직 명확하지 않다.

KTF 관계자는 “USIM 록 해제는 소비자들의 편익을 위해서는 어차피 풀어야 할 숙제”라며, “이것이 3G 활성화 시기를 다소 앞당겨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USIM만으로 소비자들의 단말기 선택권을 보다 자유롭게 해준다면 3G가입자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란 게 KTF 기대다. 

사업자간 해제 역시 검토중이다. 그러나 사업자간 USIM 록 해제는 보조금 이슈와 데이터 사용불가라는 아킬레스건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KTF는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점들도 극복될 수 있다는 게 KTF 생각. 보조금 이슈의 경우, 정책적 뒷받침만 해결된다면 사업자간 해제도 가능하다고 KTF는 판단하고 있다.

정책적 뒷받침이란, ‘의무가입 기간 설정’을 의미한다. 즉, 유럽에서와 같이 정통부가 USIM정책에 의무가입을 허락해 준다면 현재와 같은 보조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KTF는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USIM 록을 해제한 단말기의 경우, 의무가입을 통한 보조금 회수 기간만 보장해준다면 USIM록 해제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
KTF는 ‘3G활성화’라는 대전제가 밑바탕이 된다면, 이 방법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SKT, “데이터 활성화 저해”=SK텔레콤의 경우, USIM 록 해제는 단말기 구입비용 증가로 오히려 3G활성화에 역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초기 2G시장에서도 비싼 단말기 가격으로 인해 시장 발전이 더디게 진행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업체간 경쟁으로 단말기 구입비용이 저렴해지면서 비로소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는 것.

USIM 해외 사례 따라서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3G 활성화도 매우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SK텔레콤은 전망했다. 이와 함께 3G에서 가능한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도 발전이 느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2G와는 달리 3G에서는 대용량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해지는데, 록을 해제한 USIM카드를 타 단말기 혹은 타 사업자로 이동할 경우, 이 같은 멀티미디어 사용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란 것.  현재 국내 이통사들은 각각 독자적인 플랫폼과 브라우저를 사용하고 있기에 USIM카드 만으로는 MP3P·네트워크게임 등은 물론, 무선인터넷 사용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USIM을 통해 타 단말기 혹은 사업자로 이동할 경우, 단순 음성통화와 SMS 정도만 사용이 가능하다. 표준플랫폼인 ‘위피’가 떠오르고는 있으나 이 역시 확실한 대안은 아니란 것이 SK텔레콤 생각이다.  SK텔레콤은 USIM록 해제가 3G활성화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기에 보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대신, 이달 말 경 USIM초기 구입자가 단말기를 교체할 시, 기존 USIM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끔 조치할 계획이다. 이로써 기존에는 USIM을 장착한 단말기를 교체시 USIM도 새로 구입해야 했지만, 4월부터는 기존 USIM을 새로 구입한 단말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