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이용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인터넷에 접속해 대용량 파일을 내려받고자 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늘어나면서 HSPDA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고속도 14.4Mbps를 구현하는 HSDPA는 일반가정에서 사용하는 초고속인터넷과 비교해도 무선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전혀 뒤지지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기대감이다.

HSDPA의 최고속도인 14.4Mbps는 이전 단계인 WCDMA 최고속도 384Kbps 대비 거의 50배 속도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

음성통화 위주인 휴대폰으로 14.4Mbps의 전송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HSDPA가 가진 ‘매력’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HSDPA 앞에 항상 ‘초고속’이란 수식어를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HSDPA의 최고속도 14.4Mbps는 한마디로 ‘이론’에 불과하다. 또 HSDPA 방식처럼 계산하면, WCDMA의 최고속도는 384Kbps가 아닌, 2Mbps가 된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채널분배방식서 공유방식으로 표기 변경=일반적으로 비동기식 이동통신기술 표준화기구인 3GPP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탄생할 때마다 최고속도를 표기해왔다.

WCDMA 탄생 무렵인 지난 1999년 발표한 릴리즈99(R99)와 2004년 발표한 R4에서는 최고속도를 상하향 각각 384Kbps로 규정했다.

이듬해인 2005년(R5), 3GPP는 HSDPA를 발표하면서 최고속도를 14.4.Mbps(상향 1.4Mbps)로 밝혔고, 또 2006년(R6) HSUPA 발표 당시 하향은 14.4Mbps로 R5와 동일하나, 상향을 5.7Mbps급으로 대폭 높였다.

언뜻 WCDMA 최고속도인 384Kbps보다 14.4Mbps인 HSDPA는 거의 50배 이상 최고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3GPP에서 최고속도를 명기하는 규정이 변했기 때문이다.

3GPP가 WCDMA(R99·R4)에서 최고속도로 명기한 384Kbps는 단말기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고속도를 의미한다.

WCDMA 기지국(Cell)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고속도는 2Mbps로, 즉 하나의 기지국에서 6개의 단말기에 고르게 채널을 분배(Dedicated)해 전송하는 방식으로 표기해왔던 것. 같은 기지국에 6명이 동시 접속해도 384Kbps를 보장 받는다는 의미.

문제는 3GPP가 R5(HSDPA)및 R6(HSUPA)로 진화하면서 최고속도 규정을 기존 채널분배방식에서 공유(Shared)방식으로 변경해 표기하면서부터 불거졌다.

채널공유방식은 한 개의 기지국에 한 개 단말기로 접속했을 때 구현할 수 있는 최고속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14.4Mbps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한 개의 기지국에 한 개의 단말기만 접속했을 때만 가능하다.

따라서 WCDMA와 같이 한 개의 기지국에 6대의 단말기가 접속할 경우, HSDPA속도는 1/6로 현저히 급감하게 되는 것. 물론 단말기 접속 대수가 늘수록 속도는 그 수만큼 줄어들게 된다.

◆2.4M EV-DO보다 느릴 수도=정리하자면, WCDMA는 한 개의 기지국에 6명이 동시 접속해도 384Kbps가 나오는 반면(물론 6명이 넘어가면 속도는 당연히 준다), HSDPA는 접속자 수가 한명씩 늘수록 속도는 그에 비례해 떨어진다.

이 경우, 상황에 따라선 경쟁상대인 EV-DO보다도 느릴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EV-DO의 최고속도는 2.4Mbps, 하반기 선보일 EV-DO리비전A는 3.1Mbps이다.

물론 리비전A도 채널공유방식이기 때문에 접속자 수가 늘수록 속도는 떨어지나, 기지국에 접속한 단말기 수에 따라 HSDPA보다 빠를 수도 있다는 것.

즉, HSDPA의 한 기지국에 수십명이 사용할 경우, 한두명이 사용중인 EV-DO보다 느릴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기지국에 한 명만 접속했을 경우에는 HSDPA가 EV-DO보다 월등히 빠를까?

꼭 그렇지도 않다. HSDPA 기지국이 구현할 수 있는 기지국은 14.4Mbps이나, 현재 출시된 HSDPA폰의 최고 구현속도는 1.8M~3.6Mbps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8Mbps HSDPA폰 사용자가 오히려 2.4Mbps의 EV-DO폰 사용자보다 더 느린 서비스를 받게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최근 HSDPA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이마저도 구현되기 힘들어졌다. 특히 ‘T로그인’ ‘아이플러그’ 등 노트북PC에 꼽아 사용할 수 있는 모뎀형 HSDPA가입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주요 도심 지역에서는 WCDMA보다 떨어지는 속도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망 증설 등 추가 투자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그러나 3G 전국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부은 이통사들이 빠른 시일안에 망을 증설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올 하반기 퀄컴의 7.2Mbps급 칩셋을 탑재한 단말기가 출시될 예정이나, 이 역시 가입자가 늘수록 속도는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초고속’ HSDPA 수식어에 부합할지는 지켜봐야 할 듯.

또 이론상 최고속도인 14.4Mbps를 지원하는 HSDPA폰 출시 시기는 미지수인 상태. 결국, 소비자들이 3GPP와 이통사들이 주장하듯 휴대폰을 통해 14.4Mbps속도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으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