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정통부의 010 리비전A 결정에 반대하지만, 이를 수용할 용의가 있으니 800㎒로밍 좀 도와달라." 정일재 LG텔레콤 사장이 정보통신부의 010 리비전A 결정에 따른 여진이 남아있던 지난달 하순 김동수 정통부차관을방문, 이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정통부의 010 리비전A 결정에 연일 반발하던 LG텔레콤이 이처럼 입장 선회의 뜻을 내비친데는 이미 대세가 기울어진 리비전A 식별번호 문제에 힘을 소진하는 대신, 발등에 불이 된 800㎒ 로밍문제 해결에 실마리라도 얻자는 절박함이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800㎒ 로밍은 LG텔레콤의 숙원이자 시기적으로도 더욱 급해진 현안이다. LG텔레콤은 KTF와의 2G 로밍 계약이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만료될 예정
이어서 2G 커버리지와 통화품질에 대한 대비책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SK텔레콤의 800㎒로밍 허용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다.
현재 KTF가 LG텔레콤에 로밍한 기지국은 전국적으로 960여개다. 이들 기지국을 LG텔레콤이 자체적으로 구축하려면 적어도 2000억원 이상의 비용이들 것으로 LG텔레콤은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800㎒ 로밍을 해줄 경우, 통화 품질은 KTF와의 로밍 때보다 더 좋아지고 비용 문제도 해결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2G 커버리지 확충에 들어갈 자금을 리비전A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생긴다.

800㎒로밍 문제는 그러나 이전 SK텔레콤과의 협상 사례에서도 보듯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 사장의 요청을 받은 정통부도 800㎒ 로밍에 대해 '사업자간의 문제'로 분명히 선을 긋고 있고, SK텔레콤도 최근의 변화된 시장 환경에서 800㎒ 로밍 허용에 따른 실익을 다시 요모조모 재는 분위기다.
LG텔레콤과 SK텔레콤은 올 초에도 KTF의 3G공략의 대항차원에서, '800㎒ 로밍 허용과 리비전A 공동투자'란 밑그림을 바탕으로 로밍 협상을 진행
해왔다. 그러나 010 리비전A 결정으로 이런 공조의 밑그림은 상당부분 와해됐다.

SK텔레콤이 LG텔레콤에 800㎒ 로밍을 허용하려면 LG텔레콤이 중ㆍ장기적으로 'SK텔레콤의 우군'으로 남는다는 판단이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SK텔레콤이 당장에 이런 판단을 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