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카드 공식화 더이상 미룰수 없어


남중수 KT사장에게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KT는 지난 1년간 KT-KTF간 합병을 위한 물밑 작업을 해왔으며, 최근 권행민 전무를 팀장으로 하는 CFT(Cross Functional Team)에서 합병 로드맵(액션 플랜)을 남 사장에게 보고했다. KT 경영진의 준비는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하지만 경영진의 준비와는 달리 내ㆍ외부적으로는 적지 않은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KT-KTF간 합병은 유무선 통합이란 시대적 추세에 발맞춰 조직과 사업구조를 재정비하고, 이를 성장 정체에 직면한 KT의 제2의 성장 발판으로 삼겠다는 비장의 카드다. 위기 돌파와 제2의 성장이 KT-KTF간 합병의 요체인 셈이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KT의 컨버전스 시장 지배력 전이 논란이 수반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KT-KTF간 합병은 시장 규제 및 감독 당국의 감시의 대상이자, 경쟁사들의 견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기에 민영화된 KT를 `민영기업'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 정치권의 시각은 무시할 수 없는 외적 부담가운데 하나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KT-KTF간 합병에 대한 주변여건은 KT경영진의 합병 준비에도 불구하고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따라서 합병카드를 공식화하는 것은 남중수 사장의 최종 결단 여부에 달렸다. 업계에선 남 사장이 시기의 문제이지 결국 합병 카드를 뽑아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시기적으로 성장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특단의 처방이 필요하며, 더 이상 그 시기를 미룰 수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KT는 10일 캐시카우인 유선전화(PSTN)의 매출이 예상보다 급감하고, 하반기 결합상품 출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등으로 인한 경쟁 과열로 마케팅 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 초 제시한 실적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KT는 연초에 매출 12조원 이상, 영업이익 1조5000억원, EBIT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전 이익) 3조6000억원을 제시했으나, 매출은 11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 EBITA는 3조3000억원으로 각각 낮췄다.

이날 실적 하향조정은 지난 몇 년간 KT의 `멎어버린 성장'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지표가운데 하나다. KT가 7년째 매출 11조원 대를 깨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경영진은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런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분리됐던 무선을 다시 합쳐 시장의 영향력을 유선에 이어 무선, 방송, 컨버전스로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합병은 이를 위한 매력적인 카드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KT 합병의 외적인 장애물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남 사장이 합병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KT는 외국인지분이 45%가 넘는 민영기업이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KT를 공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KT의 인사에 보이는 과도한 `관심'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정치권의 KT 합병에 대한 관심이 KT의 수익구조개선이나 합병을 통한 시너지효과 창출에 있지 않고 경영 외적인 것에 있다는 점은, 합병을 추진하려는 KT의 경영진에겐 큰 부담이다.

규제기관인 방통위는 표면적으로 KT가 합병이란 카드를 선택할 경우, 시장상황을 고려하고 관련법에 근거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방통위 내부에서는 KT의 합병이 KT만의 생존을 위한 수단이거나, 내실화를 뒤로 미룬 채 합병만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시각들도 상당 수 존재한다.

KT-KTF 합병추진과정에서 이런 외적요인은 KT경영진에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며, 향후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가 합병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은, 현재 KT의 성장정체와 통신방송시장의 변화속에 KT의 돌파구가 합병밖에 없다는 절실함 때문으로 풀이된다.